[권기식 칼럼] 아베 시대의 종언, '동북아 국제관계' 변화 오나?
[권기식 칼럼] 아베 시대의 종언, '동북아 국제관계' 변화 오나?
  • 양유리 기자
  • 승인 2020.08.31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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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월드방송]

일본 최장수 총리 기록을 달성한 아베 일본 총리가 전격적인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베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그간 일본 국내외 양심세력들이 지속적으로 아베의 사임을 요구했으나, 아베의 폭주를 멈추게 한 것은 결국 그의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28일 지병으로 인한 총리직 사퇴 입장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총리직 사퇴 발표는 측근들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런 발표였으며, 프롬프터에 기자회견용 원고도 띄우지 못할 정도로 긴급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9월 1차 집권 이후 7년 8개월에 걸친 아베 시대는 일본의 장기불황 시대가 낳은 '정치적 괴물'이었다. '아베노믹스'와 '국수주의'라는 양날개로 일본을 이끈 그는 일본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동북아 국계관계를 경색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12월 2차 집권이후 경제회생을 기치로 인위적인 엔화 가치 하락, 무제한 통화완화 정책 등으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했다. 그의 정책으로 취임 당시 10,395였던 닛케이255지수가 22,238으로 두배 이상 오르는 등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장기 경제불황)'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도쿄올림픽 연기 등으로 최근 국내경제는 악화일로이다. 그가 내세우는 '아베노믹스'의 성과도 지난 2분기 경제성장율이 -27.8%로 사상 최악을 기록하면서 퇴색됐다.

그는 재정지출 확대, 금융정책을 통한 양적완화, 공격적인 성장전략(구조개혁) 등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을 쏘았으나, 코로나19의 태풍에 휩쓸리면서 모두 과녁을 빗맞춘 셈이 됐다.

국수주의에 기반한 그의 대외정책은 재임기간 내내 주변국과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켰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꿈꾸며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려던 그는 집단적 자위권(동맹국이 침략받을 경우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리)을 한정적으로 허용함으로써 한국과 북한, 중국의 반발에 직면했다. 그는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친미정책을 통해 대외정책의 위기를 돌파하려 했으나, 트럼프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함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일본 정가는 다음달로 예정된 후임 총리를 둘러싼 각축에 돌입했다. '포스트 아베' 시대를 이끌 후임 총리의 등장은 전후 최악으로 나빠진 동북아 국제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큰 틀의 변화는 없지만 최악 국면은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후임 총리로 거론되는 인사는 5~6인이지만 대체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자민장 전 간사장 등 3인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교토통신이 아베 사임 표명 직후인 지난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34.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의 정적'인 이시바는 높은 대중적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치러질 총리 선출방식이 코로나19 때문에 당 소속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만 참여하는 간이선거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스가 장관은 아베의 지원과 장악력이 강점이지만 무파벌이라는 약점이 있고, 기시다 정조회장은 당내 파벌의 지지세는 강하지만 대중지지도가 취약한 것이 약점이라는 평가이다.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이후는 아베'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와 경제난 때문에 누가 후임 총리가 되더라도 큰 정책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후임 총리의 임기가 내년 9월까지인데다 코로나19 대응 등 난관이 산적해 있어 큰 틀의 정책변화를 추진하기는 여의치 않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에서도 최악의 상태인 한일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국제관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숨통 틔우기' 방식의 제한적 변화 가능성이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29일 "일본의 후임 총리가 한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은 한국과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경제 보복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북일관계도 납치 문제와 미사일 문제 등으로 악화일로이다. 아베가 트럼프의 '아시아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면서 중일관계도 불편해졌고, 러시아와는 북방영토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출구 없는 동북아 관계, 특히 최악 경색국면인 한일관계의 측면에서는 아베 내각의 정책 중심이었던 스가 장관 보다는 아베의 정적인 이시바 전 간사장이 후임 총리가 될 경우 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는 발언을 수차례했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해서도 'A급 전범 분사'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치가 스가 장관을 통해 '아베 시즌 2'로 갈 지, 이시바 전 간사장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갈 지 지켜볼 일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교수를 거쳐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 등으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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